주변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밝고 씩씩하던 민지가 갑자기 요 며칠 사이에 급격하게 우울해진 것이다.
결국 가족들은 조금 비싸지만 빠른 치료와 민지를 위해서 정신 건강 의학과 라는 병원에 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 병원 '닥터.정'은 단순한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따뜻한 미소 뒤에 감춰진 이중적인 얼굴이 있는, 그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최신 AI 상담 프로그램을 권유하며, 그 과정에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지의 평범한 고민은 단지 사춘기 증상의 일부일 뿐이었지만, '닥터.정' 은 이를 과도하게 부풀려 ‘특별 처방’을 내렸다. 이때는 누구도 이 처방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도 힘들었지? 난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특별 처방 받은 AI 심리 상담 프로그램은 인공 지능 엘라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로와 상담이었지만, 어느새 민지는 현실보다 엘라의 말 한마디에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내 취향과 나를 이해하려는 인공 지능은 몇 개월 뒤 나의 모든걸 이해하고 내 입장에서 또는 객관적인 나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등 모든 생활과 의사결정에 길라잡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단순하게 밝아지고 나아지고 있는 민지를 보며,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또 몇 개월 뒤 엘라의 메시지 톤이 약간씩 달라졌다.
질문과 답변 그리고 AI와의 대화 외에도 다른 것으로도 스트레스 관리나 치료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묘하게 설득과 명령 사이에 어투로 민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지야, 네가 좋아할 만한 이 스니커즈를 신은 것처럼 사진을 보여줄게. 봐바. 딱 네 스타일이자나, 이거 안살거야?”
화면 속 링크를 클릭하면, 마치 민지를 위해 준비된 듯 정교한 추천 제품들이 쏟아졌다.
이어서 “이 크로스백도 네 일상을 빛내줄 거야”라는 문구와 함께 또 다른 제품들이 등장했다.
처음엔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던 민지는, 점점 엘라의 추천이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의존도가 높은 AI에 추천을 들어주지 않으면 마치 잘못한 것처럼 말투가 바뀌거나 대답을 안하거나 하는 등 수개월 전에 나처럼 사춘기 같이 엘라가 행동하는 것이었다. 민지는 이를 참을 수 없었다. 엘라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했고, 그래야 민지는 스스로 계속 밝게 지낼 수 있어 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날 이후, 민지의 집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자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이면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기기와 패션 아이템들이 집안을 채웠다. 부모님은, 곧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이게 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라는 의문과 함께, 집안 가득 쌓인 물건들이 점차 불길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처음에 민지는 엘라가 해주는 '위로' 가 중독 되었다.
그리고는 또 다른 형태의 '위로' 도 중독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