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있는 가장 처음은 ‘진우’(가명)가 7살 때 였다.
"진우야 너무 잘했어 너 시험 100점 맞았네?"
그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어색하지 않았다.
"맞아!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수학 100점 맞았어!" "선생님이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줬어!"
사실은 60점이었지만, 옆 짝꿍 100점 맞은 시험지가 우연히 가방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기뻐하며 진우를 꼭 안아줬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 더 사랑받을 수 있다.’
그날 이후 진우는 점점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작은 거짓말, 큰 거짓말 점차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나를 믿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차 더 해 갔다.
-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비밀 방이 있어!" 라며 없는 방을 이야기했다.
- 아빠한테 "오늘 반에서 왕따 당한 애 도와줬어." 라고 했지만, 사실 그 아이를 무시했다.
- 할머니한테 "나 오늘 반에서 제일 빠르게 달렸어!" 라고 했지만, 꼴찌였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마다 모두가 진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사를 가기도 하였고,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탓이었다.
진우는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 사실 영화감독이야." 라고 말한게 시작이었다.
친구들이 믿지 않자, 진우는 계속 거짓을 덧붙였다.
- "진짜야. 이번 여름에 영화 촬영장에 나도 갈 거야."
- "우리 집에 시나리오랑 카메라 장비 다 있어."
- "지금은 비밀인데, 나도 조만간 영화 출연할 수도 있어."
순진한 친구들은, 진우네 아빠가 영화 감독이고 엄청 멋있는 것도 볼 수 있다는 부러운 점 때문에 보여달라고 진우에게 더 잘하기 위해 경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진우는 나이에 맞지 않게 능숙하게 들킬 위험을 없애갔다.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진우는 스스로도 진짜 아빠가 영화감독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부모님 모시는 날이 오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과 부모님이 서로 인사하는 말을 누군가 듣고 소문을 낸 것이다.
"너네 아빠 영화감독이 아니라 중소기업 회사원이시네?"
그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친구들의 시선이 박힌다. 비웃음, 의심, 그리고 조소.
진우는 얼굴이 하얘졌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날 이후, 진우는 ‘거짓말쟁이’가 되었고, 친구들은 점점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출 수 있었지만, 집안 문제로 다시 이사를 가면서 그의 거짓말은 다시 시작되었다.
또, 연기와 영화에 직접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훗날 진우는 이 길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는 다시 믿어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