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술자리에서 노인이 했던 의미심장한 말을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했지 않나?"
하지만 더 이상 생각 나지 않았다.
경찰은 나에게 이상한 점에 대해 계속 물었고, 기억이 없어 대답할 수 없다고 계속 하였다.
이후에 질문은 음주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필름이 얼마나 자주 끊기는지 등의 건강 검진과 같은 그런 이야기들을 물었다. 한 시간 정도 남짓 조사가 끝을 항해 달려갔다.
생각 나는게 있으면 다시 연락 주세요! 라고 경찰을 나를 돌려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경찰서를 나서며)
나는 경찰서 문을 나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감 때문일까. 아까까지는 머릿속이 새하얬는데, 이제야 어제 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술잔이 부딪히던 소리.
노인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의 목소리.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했지 않나?"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말은 분명히 농담처럼 들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속에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괜찮아요?"
형사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밖까지 배웅해주던 형사가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형사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특히… 그 노인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같은 것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형사는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그 노인이 어제부터 실종 상태입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
"그리고 당신 친구도 실종 신고가 접수됐어요."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형사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봤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깜빡 졸음이 쏟아지던 그때, 머릿속에서 한 장면이 번쩍하고 스쳐 지나갔다.
새벽의 어두운 골목.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노인.
그리고 그 옆에… 친구의 실루엣.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둘을 봤다.
그런데… 그 다음은?
왜 그다음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걸까?
나는 본능적으로 어제 입고 있던 바지 뒷 주머니를 뒤져 영수증을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 적힌 낯선 바(bar)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방금 떠오른 기억과 이어지는 또 다른 기억의 파편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곳에서… 나는 뭔가를 목격했다. 3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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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 [숏스토리 (Short Story)] - [숏스 ep.07] 술과 영감
[숏스 ep.07] 술과 영감
나는 작가다. 대본이 있는 연극을 주로 쓰며 살고 있다. 번역이나 필사본 복사 등 부업을 병행하긴 하지만 꽤 본인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작가이다. 다만 나는 글쓰기의 영감을 얻기 위해 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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