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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9] 너의 목소리가 들려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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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민재의 목소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희야, 오늘도 힘내. 네가 웃는 모습이 내 하루를 완성시켜." 다정한 목소리와 멜로디는 마치 오래된 자장가처럼 그녀를 감싸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데려갔다. 그럴수록 힘이 되면서 동시에 슬퍼져만 갔다.

그 순간, 누군가와 정면으로 세게 부딪히며 휴대폰과 에어팟이 손에서 떨어졌다.
"아, 죄송합니다!"
그 사람도 죄송하다고 하며 황급히 몸을 숙여 휴대폰과 에어팟을 집어주려 했다.

이 순간 동시에 상대방도 손을 뻗었고,
같은 기종에 에어팟이라 콩나물이 서로 뒤바뀌게 되었다.
그들은 그 순간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괜찮으세요?" 상대는 젊은 남자였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그는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네, 괜찮아요. 제가 앞을 잘 안 보고..." 연희는 고개를 돌리며 갈길을 가려고 했다. 손에 들린 이어폰을 귀로 가져간 뒤 가던 길을 멈칫했다. 내가 듣던 민재 음성이 아닌 기분 좋은 기타 연주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잠시 동안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아까 그 남자가 뒤에서 말을 다시 걸었다.
"잠시만요, 이거 제 이어폰 같아요."
그녀는 잠시 당황하며 자신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확인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 부딪힐 때 바뀌었나 봐요."

수혁은 에어팟을 빼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방금 들은 소리... 녹음된 거예요? 노래 같은데, 가사가 정말 다정하네요."
연희는 깜짝 놀랐다. 민재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이 잠깐이라도 누군가에게 들렸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그건... 그냥 개인적인 파일이에요." 그녀는 급히 손을 뻗어 에어팟을 받아들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수혁은 에어팟에서 잠시 흘러나온 그 목소리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 음성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어딘가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메시지와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괜히 들었네요." 그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물러섰다.

그렇게 짧은 인사로 끝났지만, 수혁은 그날 이후로도 이상하게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낯선 다정함과 슬픔이 어우러진 음성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 연희도 역시 그 기타 연주 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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