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대본이 있는 연극을 주로 쓰며 살고 있다. 번역이나 필사본 복사 등 부업을 병행하긴 하지만 꽤 본인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작가이다. 다만 나는 글쓰기의 영감을 얻기 위해 거진 매일 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한다. 보통 친구 아니면 같은 작가 공부를 했던 모임에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곤 한다. 술버릇도 있고,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도 자주 겪는다. 하지만 술 기운 그 덕분에 다음 날 아침에는 토할것 같은 기분과 위장 상태에서야 이상할 정도로 글이 잘 써지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 이런 작가는 나 밖에 없는것 같다.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작품과 글쓰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재밌는 술자리를 찾아다닌다. 나는 술 마시는 행위를 거의 "영감의 원천"처럼 여긴다.
그날은 평소에 자주가던 이모카세가 아닌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낯선 술집에 들어갔다. 바(BAR)라고 하기에는 안은 이상하리만큼 밝고 낡았지만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들어가자마자 나의 귀는 오래된 쎄시봉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볼륨이 작지만 분명 들어본 노래였다. 오래된 동창 친구와 나는 사람들의 방해가 제일 적을것 같은 맨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앗다. 그러고는 참이슬 프레시를 주문하고 주변을 관찰했다. 3-4팀 정도 술을 마시고 있었고 다들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모두 둘 이상의 일행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유독 반대편 구석에 앉아 있는 이상한 노인에게 눈길이 갔다. 노인은 낡은 모자를 쓰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집중하다 다시 친구와 술잔을 부딪혔다. 그게 나의 어제 술자리에 마지막 필름 기억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익숙한 침대 옆 바닥에서 눈을 뜨곤 알았다. 어제도 침대에는 올라가지 못했군,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전날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져 있다. 평소처럼 소설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오늘의 영감은 어제 유독 기억에 남았던 노인에 대해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전날 같이 술 마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계속 되었는데 받지를 않는다. '죽었냐?' 라는 카톡을 남기고 다시 글쓰기 집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자취방 문이 갑자기 거칠게 두드려진다. 문을 연 내 앞에는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본인을 형사라고 소개한 건장한 남자가 두 명이 서 있다.
"어제 밤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경찰의 물음에 나는 조금 멈칫했다. 필름이 끊겨서 기억 안나요 라고 말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어제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이 사람을 어제 본 적 있습니까?"
라며 보여준 사진은 또렷하게 기억나는 그 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