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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4] 환상의 팀워크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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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나는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동장군 바람 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오늘 날씨 진짜 미쳤네…” 이불을 걷어내자마자 느껴지는 한기가 너무 싫었다. 주말 내내 월요일 강추위를 예고해 준 기상 예보를 보며 나는 “그래, 월요일도 재택 각이다.” 를 다짐했던터라 아침 시간인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책상 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출근 핑계를 고르는 것. 그는 “출근 핑계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엔 다양한 상황별 변명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1. 가족 🧑‍🧑‍🧒💞
> 아픔: 2024.11.04 사용
> 병원: 2024.12.07 사용
> 경조사: 2024.10.15 사용

2. 질병 🏥🦠
> 소화기계: 2024.11.28 사용
> 호흡기계: 2024.12.09 사용
> 열: 2024.12.14 사용

3. 사고 🚨🆘
> 차량: 2024.12.04 사용
> 가스/화재:
> 수도관: 2024.11.18 사용




가장 최근 사용 날짜를 정리한 메모를 참고하며, ‘가스 점검’을 오늘의 사유로 선택했다. “좋아, 이건 깔끔해.” 메시지를 작성하며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꼈다. 회사에서 자율 출퇴근 제도를 시행 권장하기도 하고, 개발자라 장소에 크게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눈치가 보일 뿐이다.

(메시지)
“팀장님, 집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창문 열어두고 긴급으로 점검 기사님을 부르게 됐습니다. 사람이 꼭 있어야 해서요! 오늘은 재택 근무 진행하겠습니다.”

메시지 보내고, 침대에 다시 누우니 기분 좋은 표정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아 따뜻해! 팀장님이라면 이번에도 허락해 주실 거야.”

잠시 후,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럼 오늘은 재택으로 하세요. 오후에 가스 점검 끝나면 상황 공유 부탁드립니다.”

답장을 보고 다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내렸다. 이 정도라면 오늘도 침대에서 완벽한 재택근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트북 전원은 조금 뒤에 켜기로 한다.





팀장은 한적한 사우나 탈의실에 있었다. 환복을 마친 뒤 몸에는 타월 한 장 만을 두르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뉴스에서 강추위 날씨로 인한 대비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앵커가 다시 한번 강조해주고 있었다. 벽에 시계가 있는 탈의실 내부였지만 습관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켰다. 현규 팀원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가스 점검이라… 이번엔 이 핑계를 쓰는군.” 팀장은 키득거리며 답장을 보냈다. “오늘도 일은 잘하겠지.”

그러곤 잠시 후, 팀장은 윗사람에게 메시지를 작성했다.

“본부장님 현재 외근 중입니다. 오후에 복귀 후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다른 팀원, 팀 내 최고참에게 오후 보고 자료 준비를 지시하는 메시지까지 보낸 팀장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벤치에 기댔다. 사실 그는 외근이라고 보고했지만, 이 외근은 엄밀히 말하면 사우나에서의 힐링 시간을 뜻했다.




나는 드디어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사실 팀장이 내 모든 핑계가 재택을 하기 위한 눈속임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을 잘 처리한다고 믿고 눈감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팀장도 현규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아무 문제 없이 재택근무를 허락했다.

팀장은 사우나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잘해주니까 걱정 없군“

주인공은 노트북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덕분에 편안하게 일하네.”

그들은 서로를 속이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다. 어설픈 핑계와 숨기는 행동에도, 두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히 해내고 있었다. 환상적인 팀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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