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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2] 창문 너머의 진실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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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 중 하루를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화가 났다. 집에서는 절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 가는 집 앞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잔업을 해결하려 했다. 이 카페는 나의 단골 카페이다. 매일 먹는 아이스아메리카노 1잔과 햄치즈가 들어간 치아바타를 2개 시켜두고야 집중을 시작했다. 역시나 주말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침대에서 봐야 제맛인 아껴둔 OTT 콘텐츠 재생 버튼에 손이 가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1시간이 금방 삭제된 것이다. 그제야 나는 핸드폰을 뒤짚어 두고 주변을 살피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 고갈일 때는 멍때리는게, 특히 휴대폰 화면을 보지 않는게 중요하다. 다음 분기 신상품 믹스 커피 광고용 카피를 월요일 아침까지 보고하기로 했던 것이다.  보통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월요일 오전 팀장과 1:1 미팅을 하기 일쑤였고, 주말 하루씩 반납은 일상이었다.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책을 읽고 있거나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빠르게 그들을 한번씩 살펴 보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를만한 장면들은 없었기에 빠르게 'SKIP' 을 속으로 외치며 시선을 돌렸다. 카페 중앙에 놓인 커다란 나무 덕분에 반대편 구석 테이블에 앉은 커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저 구조물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두를 살펴볼 수 있는 위치임에도 그 구석 테이블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에어팟 밧데리 충전이 필요하다는 알림을 들었다. 에어팟을 케이스에 넣고 충전기에 연결했다. 그제야 주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의 목소리가 낯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의 웃음소리와 남자의 목소리... 너무 익숙했다. 조금 더 나는 집중해서 들었다. 평소에 노래를 크게 듣기는 하지만 아직 청력에 이상은 없었다. 그 커플은 회사 동기인 친구와 같은 회사 다니는 그의 여자친구였다.

‘이게... 말이 되나?’

 믿기 힘든 상황에 주인공은 멍하니 나뭇잎 사이로 그들을 바라보려 고개를 들어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평소 같은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나는 하기 시작했다. 바로 한번 앉은 자리를 옮기는 일이다. 그러나 가까이 가야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어느덧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가 되었다. 바로 앞에 그들이 있었다.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내 여자친구가... 그 친구랑?’ 주인공은 손을 떨며 샌드위치를 먹으려 했지만, 그 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혼란 스러워지며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계속했다. 정신이 나가 있었던거 같다. 주먹을 쥐고 있었는지도 눈치 못채고 말이다. 그 순간, 동기 남자와 눈이 맞주쳤다. 그 눈빛은 놀램이 서려 있는 표정이었다고 생각했다. 화가 치밀었다.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떨리는 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 더 깊숙히 파고 들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자신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헛것을 본 것 같아 차라리 각자에게 연락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동기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주말인데 뭐해? 갑자기 생각나서 연락했어. 나 내일 발표 준비하고 있는데 도움 좀 얻으려고 혹시 카페 같은 데 있어?"

잠시 후, 동기 친구의 답장이 왔다.

"어, 나? 어머니 고향 집이지. 지금 컴퓨터는 못 키는데 왜 급해?"

심장이 내려앉았다. 저기서 뻔히 보이는데 동기 친구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향 집이라니...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내일 보자."

 전화를 해볼걸.. 문자로는 거짓말이 너무 쉽다는 사실을 까먹었던 것이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분명 저기에 있는 동기가 왜 집이라고 했을까? 왜 둘은 행복해 보이는 것인가..? 착한 동기가 왜 그랬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내가 저 둘에게 잘못한 것이 없을텐데라며 갈수록 혼란스러워졌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자리를 떠날 생각을 했다.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고개를 들고 그 둘에게 안들키고 몰래 나갈 동선을 재빠르게 찾길 시작했다.

‘어... 어디갔지?’

그 둘이 자리에서 없어진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 착각이었나..? 멀리 창문 너머를 바라 보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 동기 친구는 집이 맞고, 여기 온게 아닌것 같다고 다시 결론 내렸다. 여자친구는 주말에 바빠서 핸드폰도 볼 수 없는 일이 생긴 모양이다. 내일 회사에서 얘기해봐야겠다. 노트북을 열었다. 카페에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커피 한잔 하실래요? 라는 질문에 누구세요? 라고 답변하며 일어나는 재미난 상황을 조금 더 디벨롭해봐야겠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내일 오전 회의에 대한 걱정이 조금 없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페 창문 밖 너머로 둘은 다음 장소로 걸어가고 있다. 

"내가 여기 오지 말자고 했자나! 왜 오자고 고집 부렸어?"

주희가 우진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우진이 주희의 얼굴을 보며 "응" 이라고 짧게 말하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은성이형이 카페에 있을 줄이야, 눈 마주쳤는데 아마 나 알아본거 같아. 우리가 빨리 없어져서 못 봤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내가 내일 잘 얘기 해볼게"

주희는 이은성 대리가 처음부터 불편했다. 

3년 만난 남자 친구인 우진과 동기이자 회사 선배인 은성은 조금은 불편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몇몇 이유가 분명 있었지만, 자꾸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느낌이 싫었다고 남자친구에게 설명했던 주희이다.

동기라서 잘해주는건 알지만 착해빠진 남자친구가 은성 대리와 멀어졌으면 했다.

"그냥 은성 대리는 불편하니까, 그만 얘기하자 알았지? 오빠 우리 회사에서 만나는거 들키지 않게 잘 둘러대줘. 사람들한테 이상한 소문 내지 않도록 꼭 부탁해, 나 그런거 불편하단 말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함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다른 층, 다른 부서이기 때문에 같이 말할 기회도 없는 회사 사람이지만 가끔 마주치는거 자체가 싫었다. 

우진은 밝게 외쳤다. “알았어요! 오늘 자기 좋아하는 마타랑은어떠신가요?”

 

오늘의 햇살은 분명 따스했지만, 한편 그늘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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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 [분류 전체보기] - [숏스 ep.06] 나는 좋은 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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