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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1] 10년 후 미래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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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를 써도 먼지는 어쩔수 없나보다. 나는 기관지가 집안 내력으로 튼튼하지 못하다.

 

(기침) 콜록 콜록


 음주 이사를 앞두고 집을 정리중이었다.  먼지 쌓인 상장과 트로피들을 꺼내어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편지를 발견한 것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서너 시간 정도 정리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었다. 허기가 져서 밥을 먼저 먹을까 하다가, 먼지가 풀풀 나는 곳에서 밥까지 먹으면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배란다 창문을 열고 거실 소파에 앉아 편지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즐겨 쓰던 초록색 LAMY 만년필로 써진 앞장에 글씨체를 보고는 내가 직접 약 10여년 전에 쓴 편지임을 알아 차렸다. 첫 직장에서 워크샵 중에 작성한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이게 얼마 만이야?' 패기로웠던 신입이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다. '풋풋했다 나도' 라고 생각했다.

 편지 봉투를 열고 그 안을 보자 나의 글씨가, 나의 추억이 눈에 들어온다.

"10년 후의 나, 잘 지내고 있니? 난 지금 꿈을 다 이룬것 같이 기뻐!"
원하던 곳에 입사해서 워크샵이라니! 앞으로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만 같아.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너를 자랑스럽게 만들게. 10년 뒤에는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10년 전에 나는 그럴만 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모든 것을 이룬것 같았다. 어려운 취업 관문을 뚫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회사에 입사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부러움을 항상 받았다.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며 커왔다. 그러나 그 행복은 5년 정도 유지 되었다. 그 이후는 나는 남들처럼 평범해졌다. 더 이상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10년차 직장인이 되었을 뿐이었다. 

 최근 나는 내가 번아웃 증후군 뭐 그런 감정에 휩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변 동료에게 추천 받은 정신과 상담 센터 원장님은 주변 환경을 바꿔보라 하셨다. 이사도 그 처방에 일환이었지만, 편지 세줄은 평소보다 더한 허탈함을 더 해주었다. '10년전 부터 지금까지 첫 회사 입사라는 것 빼고는 특별했던 것이 없었네' 

 그제야 편지 마지막 한 줄을 읽고 만다.

"부담 갖지마, 너는 잘하고 있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누가 뭐래도 너를 믿고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10년 전에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때 그 자신이 던졌던 위로의 메시지에 놀라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야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속도대로 인생을 걸어갈 준비를 해보려 한다. 

 


 

거기까지 읽고 있던, 소설책을 덮는다. 

 신년을 맞아 서점에 왔던 주인공은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골라 자리에 앉았다. 페이지를 넘기며 읽기 시작한 내용은 놀랍게도 자신이 써왔던 이야기와 똑같았다. 주인공이 쓰지 않았을까 싶은 문장들이 하나하나 펼쳐지고, 주인공의 삶이 책 속에서 그대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열등감과 비교의 감정,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작은 시도들을 담고 있었다.

'나도 타임머신 편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책을 덮고 집으로 향한 주인공은 머릿속에서 여전히 책 속의 이야기와 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오래된 상장이 보이지 않았다. 상장과 트로피는 그동안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오늘은 그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주인공은 잠시 멈칫했다. 상장 없이도 나는 내가 쓴 이야기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그 상장을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상장과 편지가 없어도, 이야기는 진짜 나였고 내가 살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대단한 발견인듯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거 같다고 혼자 생각하고는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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