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바퀴벌레가 드글 드글했다. 거미, 나방, 애벌레까지 함께 있어서 많이 놀랐다. 그 중 제일 최고의 혐오감을 주는건 역시 바퀴벌레였다. 살충제를 뿌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 녀석들이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 영양제를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벌레가 나타난 원인을 없애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어제 먹다 남긴 서브웨이 빵 조각이었을까? 아니면 달달한 과자였을까? 간식 창고로 들어가려 했지만 문을 여는 것이 두려웠다. 창고 안쪽을 확인하니 내가 의심했던 것들은 원인이 아니었다. 걱정이 안심으로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하지만 여전히 어디서 나타난 벌레 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 바닥을 가로지르던 바퀴벌레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슬리퍼로 밟았다. 하지만 남은 한 마리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안심하려던 순간, 목 뒤쪽에서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고,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휴대폰으로 본 시간은 새벽 4시 40분이었다. 꿈이라는 걸 알았지만 너무 생생해서 다시 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집 안의 모든 불을 켜고 핸드폰으로 바퀴벌레 꿈 해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내려보며, "참 이상한 꿈을 다 꾼다"는 생각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현관문을 열고 불이 들어오면 바닥에 바퀴벌레 몇 마리가 오늘도 기어다니고 있었다. 평소처럼 신발로 툭 차며 지나갔다. 그리곤 바퀴벌레 약을 더 설치했다. 더러운 집과 바퀴벌레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쌓인 먼지와 곰팡이 냄새, 바퀴벌레가 남긴 검은 흔적이 방 구석마다 배어 있었다. 아무리 치워도 소용없었다. 매일 나타나는 벌레들 속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가끔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집 이야기를 할 때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집은 바퀴벌레 천지야"라고 솔직히 말할 순 없었다. 친구들이 손가락질하며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이는 조용히 종이를 꺼내 내 꿈을 적기 시작했다. 언젠가 벌레 없는 집에서 살게 될 날을 상상했다. 아무도 그런 꿈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나에게는 너무 절실한 바람이었다. 라고 생각하며 종이를 한번 더 바라보았다.
밤이 되어 방 구석에서 바퀴벌레 알을 발견했다. 너무 화가 난 아이는 손으로 직접 처리하려다 멈췄다. 너무 두려웠다. 벌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쏟아졌고, 어둠 속에서 엉엉 울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야간 근무 하는 날이라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눈물을 닦고 다시 손전등을 들었다. 정리에 성공한 뒤에는 큰 한숨을 내쉬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손전등 빛이 새어나간 창문 너머에는 더 밝은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생각했다. “언젠가 벌레 없는 집에서 꼭 살 거야.” 라며 꿈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