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정일 대리는 종화 팀장과 회의실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팀장님, 이번 주말도 반납했잖아요. 이쯤 되면 뭔가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보상? 정일 대리, 나 때는 이런 건 기본이었어. 대리 시절엔 주말 반납하며 일하는 게 당연했지. 광고 카피 마음에 들어서 위로 올리려고 채택해주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사실 정일 대리가 한 게 아니고, 몇 년 후배인 은성 대리가 업무한 것을 기반으로 살짝만 수정해서 나에게 갖고 온 사실을 종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일은 이 악물고 말했다.
"그럼 지금은 팀장님 시대가 아니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게 중요하다고요."
종화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
"그래서 내가 네 카피 보고 뭐라고 했냐? 잘했으면 됐지,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리냐!"
회의실 밖에서는 사무실 동료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또 시작이야?" "이번엔 뭐 때문에 저래?"
소문은 옆팀까지 금새 번졌다. 하지만 종화의 성격을 알기에 아무도 대놓고 들여다보진 못했다. 결국 둘은 오후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회의실 문을 세게 닫으며 나왔다.
종화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물기도 전에,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아침부터 뜨겁네 정팀장?"
"어이쿠 내 동기 너 여기 왜 있어, 한대 줄까?"
효선은 종화의 몇 안남은 입사 동기였다. 한 손에 따아를 들고 나타난 그녀는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종화를 바라보았다.
"너 담배 피는 거 잡으러 왔지. 아침부터 뭔 일인데 회의실 문이 울리게 닫히냐? 옆팀까지 다 들렸어."
종화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내려 했지만, 효선이 툭 치며 막았다.
"야, 그거 그만 좀 펴. 전담으로 좀 바꾸라니까! 나 어제 숙취 때문에 네 담배 냄새까지 맡으면 쓰러질지도 몰라."
"야 내려가, 왜 따라와서는, 커피는 잘 마실 테니 진짜 아침부터 너까지 짜증나게 하지 마라."
"짜증은 네가 정일한테 낸 거 아니야? 어이, 그렇게 소리치면 더 싫어 보이는 거 몰라?"
종화는 알고 있었던 사실을 옆팀 팀장인 효선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팀 내부의 불화 등은 이 회사에서는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의 평가와 평판은 팀장이 관리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던 종화였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 보이든 말든 그게 왜 네 일이야. 알아서 합니다 우리 팀은."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진짜 넌 주말에 왜 그렇게 사람 갈아 넣어? 예전엔 너도 정일보다 더 심했으면서."
종화는 효선을 째려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말을 아끼자고 결심하곤, 다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대신 이번엔 네가 산다."
효선은 환하게 웃으며 종화를 따라 나섰다.
"알았어, 알았어. 대신 밥 먹으면서 정일 좀 잘해 주는 게 어때? 너무 티 나면 옆팀에선 진짜 네가 정일 싫어한다고 믿겠어. 근데 왜 그런거야 아침부터 말 좀 해봐! 너 잘 화 안내자나!"
오후가 되자, 종화는 커피를 들고 정일의 자리에 다가갔다.
"정일 대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정일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종화를 따라갔다. 종화는 조용한 티타임을 제안하며 말했다.
"아침엔 좀 과했지. 너도 나도 기분이 상한 것 같으니 이참에 차분히 얘기하자고."
정일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종화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사실 나도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랬어. 미안하다."
정일은 종화의 사과 아닌 사과에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앞으로는 주말 반납, 조금만 덜 하게 해 주세요."
종화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종화는 은성과 따로 면담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분명 주말 작업은 은성이 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갑자기 클라이언트 외근 일정이 잡혔다고, 정일이 은성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옆팀 자리에서 효선은 미소를 지으며 메신저 대화창을 열었다.
우진 대리가 올린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한 뒤 결재창을 덮고 키보드로 손을 가져갔다.
"정일, 오늘 잘했어."
잠시 뒤, 또 다른 메신저 단채 대화창을 열고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층에서 아침에 싸움 난 거 들었어?"
좋은 팀장이란? 과연 종화는 좋은 팀장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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