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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8] 먼 도시, 같은 하늘, 일상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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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부모(아버지 강재, 어머니 숙자)는 겨울이면 유난히 그리움에 젖습니다. 늦게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그들에게는 세상 하나뿐인 귀한 자식인 아들 준혁은 외국에서 성인이 된 직후 홀로 유학 길에 오른 후 현지에서 정착해, 몇 년째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숙자는 초 겨울에 아들과 함께 먹었던 닭 볶음탕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식탁에서 밥을 먹는 일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강재는 정년 퇴직 후 자식이 떠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택배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숙자는 베이킹 자격증에 도전하며 일부러 바빠지려 하고 있었지만 그 둘은 틈틈이 아들과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정리 하곤 합니다.

어느 날, 숙자는 우연히 지역 커뮤니티에서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깜짝 편지나 선물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을 발견합니다. 해외로 자식들을 보낸 애끓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역시 비슷한 사연이 저마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임에 이끌리듯 나갔습니다. 그녀는 주민들과 함께 소소한 선물을 준비해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강재는 이를 무심히 보며 말합니다.
"준혁이가 우리가 보낸 거 보고 울기라도 하겠어? 그냥 전화 한 통이면 되잖아."
숙자는 말없이 꾸러미를 준비하며 혼자 마음속으로 아들을 떠올립니다.

그 선물이 도착하고 한달즘 지나 겨울이 끝나갈 기미가 보이던 어느 날, 준혁에게서 뜬금없이 영상 통화가 걸려옵니다. 준혁은 "내년 봄에는 꼭 들어 갈게요"라고 말하지만, 부모는 그의 얼굴에 스치는 피로를 눈치챕니다. 타지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속으로만 생각하고 오늘도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숙자는 택배 회사에 선물을 맡기러 가던 중, 강재가 평소와 달리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는 모습을 봅니다. 상자 안에는 아들이 보낸 편지와 소포가 있습니다. 준혁은 부모님께 고맙다며 "영상 통화로는 다 못 보여드릴 것 같아서요. 요즘 제가 찍은 사진들이에요, 무뚝뚝한 아들이라 죄송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가 본 일터와 일상 곳곳의 사진을 담아 보냈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캠코더도 하나 있었는데, 일상 브이로그를 따로 찍어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래서 답장이 오래걸렸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숙자와 강재는 기쁜 마음으로 앨범을 하나 더 사러 갔습니다. 그들의 집에는 사진 속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아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울려 퍼집니다.

멀리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아들의 일상을 볼 수 있어 부모는 행복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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