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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11] 채널의 거짓말

by 스토리랩 권프로 2025.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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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그늘 아래 무료한 삶, 나, 한보주, 나이 서른셋.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독립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침이면 어머니의 잔소리가, 저녁이면 아버지의 한숨 섞인 훈계가 그의 하루를 꽉 채웠다. “너도 이제 나가서 살아야지. 언제까지 네가 애야?”라는 소리는 그의 머릿속에서 텅 빈 벽처럼 메아리칠 뿐이었다.

매일 하루는 무료하고 공허했다. 알바로 번 돈을 모두 탕진하고, 취미도, 목표도 없는 나날을 보내던 보주에게 남은 건 방구석에서 유튜브를 뒤적이는 공허한 습관뿐이었다.


어느날 보개 된 알고리즘이 보여준 새로운 삶, 동경하는 모습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30대에 억대 연봉! 당신도 가능합니다!"라는 썸네일을 클릭하게 된다. 내 나이가 딱 그때인데,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영상 속 크리에이터는 세련된 옷차림에 고급 자동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노력은 필요 없습니다. 단지 이 공식만 따르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처럼 되고 싶은 유튜브 화면은 온통 성공 신화, 재테크, 자기계발 영상으로 뒤덮였다. 알고리즘이 나를 점점 더 깊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가상화폐로 대박! 초보자도 가능한 방법”이라는 영상이 나의 첫 번째 실행으로 옮긴 선택이었다. 얼마 없는 전 재산을 올인한 결과는? 폭락. 알지도 못한 채 산 쓰레기 코인들이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실패에서 깨닫는 것이 아닌, 남의 실패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다
절망 속에서 가르침에 따랐지만 실패한 탓을 그에게 돌리고 싶었다. 댓글과 DM을 보내도 소용 없었다. 시간이 많았기에 무작정 유튜버의 모든 SNS를 뒤지며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영상 속에서 화려했던 그의 모습이 진실이라 믿고 있었던 나는, 어딘가에 유투브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 진짜 성공의 비결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도 묻고 싶었다.

몇 날 며칠을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그 유튜버를 멀리서나마 직접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충격에 빠졌다. 화면 속에서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였던 그는, 실제로는 빚 독촉에 쫓기며 초췌한 몰골로 어딘가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서운 사람들이 쫓고 있었기에 멀리서만 지켜 보았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화면 속 모습이 전부가 아니구나.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어.”

그때부터 나 한보주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저 사람도 저렇게 꾸며내서 성공한 척을 했잖아.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망 대신 희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희망은 과거의 자신조차 속이려는 또 다른 환상의 시작이었다.


"한보주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첫 영상의 제목은 “이 영상만 보면 부자됩니다.” 영상 속 보주는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성공한 인생으로 포장한 ‘허상의 리더’였다. 내가 당했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재활용 그리고 업그레이드 했다.

  • “돈 없는 당신도 가능합니다!”
  • “내가 몰래 쓰던 부자 되는 공식 공개합니다!”
  • “20대와 30대, 이 방법만 따라 하면 인생 역전!”

그가 썸네일에 뽑아낸 문구는 더 자극적이었다. **“이 영상 안 보면 후회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과장된 표정을 짓고 고급 자동차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사진. 반응이 있을거라 기대했다. 


속이고 또 속이다, 더 악랄하게
보주는 자신이 실패했던 가상화폐, 주식, 다단계 구조를 그대로 활용했다. 나 한보주는 과거 자신의 모습, 즉 무료한 삶에서 도피하려는 사람들을 노리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 자신이 '무료 세미나'를 연다는 공지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는 이 세미나에서 모든 것을 공개할 겁니다. 저처럼 가난한 청년에서 성공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요.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단, 열정 있는 분들만 신청하세요!”

하지만 이 무료 세미나는 철저히 꾸며진 연극이었다. 세미나 장소로 고급 호텔의 대형 회의실을 대여하고, 알바생들을 '성공한 수강생'으로 고용했다. 성공 사례 발표를 맡은 이들은 따로 구한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아는 친구들도 동원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대본을 들고 “한보주 코치님 덕분에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호텔 회의실은 화려하게 꾸며졌고, 참석자들에게는 고급스러운 간식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이 모든 것은 거대한 환상의 일부였다. 처음에는 이런 투자가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확신했다.

“몇 번의 투자는 금방 수익으로 돌아올 거야. 사람들은 이런 환상을 보고 열광하니까.”

그는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비법을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무료 세미나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깊이 배우고 싶다면, 특별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요.”

참가자들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준비된 '코칭 프로그램'의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지불하지 못할 금액은 아닌 선으로 맞췄다. 내가 속아서 결제할 때 가장 저항선이 적었던 가격대를 나는 분명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주까지 특별 세일 기간이다 라는 없던 가격 할인 이벤트까지 모든 준비한 것을 발표했다.

그렇게 몇번의 세미나로 거짓으로 포장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바탕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피라미드 아래로 끌어들였다.


 

정보의 검색과 습득이 가능한 편리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선별해서 옳은 정보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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