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재가 퇴사를 결심했던 그 날 (과거 회상)
퇴사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진짜 결심은 그날 처음이었다.
2024년 10월 17일.
서은재 대리는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퇴사 체크리스트를 처음 쓰게 된 날이기도 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평일이었다.
회의는 지루했고, 보고서는 갑작스러웠으며, 팀장은 역시나 "좀 도와줘"를 입에 달고 있었다.
⏰ 오전 11시 40분 / 팀 회의실
“이거, 그냥 자료 더 찾아서 붙이면 될 거 같은데?”
“아 그리고, 은재 대리가 정리해서 발표 자료까지 만들면 딱 좋겠다.”
“은재씨 발표는 안 해도 돼. 그냥 만들어만 줘~ 내가 발표할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미소는 명백히 무책임했다.
회의실을 나오는 길, 은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언제까지 만들기만 하고, 누군가는 발표만 하지?’
☕ 점심시간 / 사내 카페
“그래도 요즘은 워라밸 좋지 않아요?”
같은 팀 후배가 웃으며 말했다.
“워라밸이 좋다고?” 은재는 되물었다.
“야근은 줄었지. 근데 그만큼 업무는 더 쪼개져서 ‘자율’이란 이름으로 집까지 따라오잖아.”
“우린 그냥, 숨 쉬는 시간에 일하는 거야. 예전엔 회사에서 일하고, 지금은 ‘삶’ 안에서 일하지.”
조용해진 카페에, 냉커피만 얼음소리를 냈다.
📞 오후 3시 / 은재의 핸드폰 진동
“은재야. 엄마 병원에서 검사 좀 받아보자고 하셔. 오늘 퇴근하고 시간 괜찮니?”
누나의 문자.
순간, 모든 게 정지됐다.
‘그래, 난 가족 건강조차 못 챙기며 일만 했던 사람이었지.’
“팀장님, 저 오늘은 칼퇴 좀...”
“안 돼. 너 아까 그 자료 마무리하라고 했잖아. 나 오늘 외부 미팅이라 대신 회의도 들어가야 하거든.”
내 이아기를 듣지 않는 회사, 그리고 팀장, 지겨운 일상 더 이상 다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햇다.
그날 밤 은재는 회사 앞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울었다.
눈물은 아무도 모르게, 그저 바람에 말라갔다.
그날이 바로 퇴사 체크리스트의 첫 번째 줄이 적힌 날이었다.
🖊️ D-30: 퇴사를 결심한 날 – 10.17
📓 현재 시점 – 은재의 수첩
서은재 대리는 회의실을 나와 조용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수첩에 첫장을 펼쳐 과거의 그 날을 다시 읽었다.
2024.10.17 –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회사를 그만둘 것이다.
내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다만, 그날 적었던 퇴사 사유 중 가장 길었던 문장에 조용히 밑줄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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