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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스 ep.09]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민재의 목소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희야, 오늘도 힘내. 네가 웃는 모습이 내 하루를 완성시켜." 다정한 목소리와 멜로디는 마치 오래된 자장가처럼 그녀를 감싸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데려갔다. 그럴수록 힘이 되면서 동시에 슬퍼져만 갔다.그 순간, 누군가와 정면으로 세게 부딪히며 휴대폰과 에어팟이 손에서 떨어졌다."아, 죄송합니다!"그 사람도 죄송하다고 하며 황급히 몸을 숙여 휴대폰과 에어팟을 집어주려 했다.이 순간 동시에 상대방도 손을 뻗었고,같은 기종에 에어팟이라 콩나물이 서로 뒤바뀌게 되었다.그들은 그 순간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괜찮으세요?" 상대는 젊은 남자였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모.. 2025. 1. 13.
[숏스 ep.08] 먼 도시, 같은 하늘, 일상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부모(아버지 강재, 어머니 숙자)는 겨울이면 유난히 그리움에 젖습니다. 늦게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그들에게는 세상 하나뿐인 귀한 자식인 아들 준혁은 외국에서 성인이 된 직후 홀로 유학 길에 오른 후 현지에서 정착해, 몇 년째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숙자는 초 겨울에 아들과 함께 먹었던 닭 볶음탕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식탁에서 밥을 먹는 일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강재는 정년 퇴직 후 자식이 떠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택배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숙자는 베이킹 자격증에 도전하며 일부러 바빠지려 하고 있었지만 그 둘은 틈틈이 아들과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정리 하곤 합니다.어느 날, 숙자는 우연히 .. 2025. 1. 12.
[숏스 ep.07] 술과 영감 나는 작가다. 대본이 있는 연극을 주로 쓰며 살고 있다. 번역이나 필사본 복사 등 부업을 병행하긴 하지만 꽤 본인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작가이다. 다만 나는 글쓰기의 영감을 얻기 위해 거진 매일 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한다. 보통 친구 아니면 같은 작가 공부를 했던 모임에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곤 한다. 술버릇도 있고,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도 자주 겪는다. 하지만 술 기운 그 덕분에 다음 날 아침에는 토할것 같은 기분과 위장 상태에서야 이상할 정도로 글이 잘 써지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 이런 작가는 나 밖에 없는것 같다.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작품과 글쓰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재밌는 술자리를 찾아다닌다. 나는 술 마시는 행위를 거의 "영감의 원천"처럼 여긴다. 그날은 평소에 자주가던.. 2025. 1. 8.
[숏스 ep.06] 나는 좋은 팀장이다 월요일 아침 정일 대리는 종화 팀장과 회의실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팀장님, 이번 주말도 반납했잖아요. 이쯤 되면 뭔가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보상? 정일 대리, 나 때는 이런 건 기본이었어. 대리 시절엔 주말 반납하며 일하는 게 당연했지. 광고 카피 마음에 들어서 위로 올리려고 채택해주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사실 정일 대리가 한 게 아니고, 몇 년 후배인 은성 대리가 업무한 것을 기반으로 살짝만 수정해서 나에게 갖고 온 사실을 종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일은 이 악물고 말했다. "그럼 지금은 팀장님 시대가 아니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게 중요하다고요."종화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그래서 내가 네 카피 보고 뭐라고 했냐? 잘했으면 됐지, 월요일 아.. 2024. 12. 31.
[숏스 ep.05] 행복한 주말 마무리 마라탕 데이트를 마치고 우진은 내일 출근을 위해 주희를 역까지 배웅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와의 행복한 데이트는 항상 행복한 여운을 남겨주곤 했다. 특히 오늘은 누가 봐도 나는 무척 행복해 보였음에 틀림이 없다. 내일 출근만 아니었으면 주희와 함께 손 잡고 걸어왔을 거리가 유독 춥게 느껴졌다. 자취방에 도착하여, 거실 불을 켜고, 보일러를 적정 온도로 올렸다. 올해는 짠돌이 우진도 보일러를 참을 수 없는 겨울이다.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아쉽게도 주희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전화는 늘 불편한 감정을 동반하기에 망설였지만, 결국 받게 되었다. 대화는 늘 그렇듯 서먹 서먹하게 시작되었다. 기일이 다가오니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상의를 하려고 전화했다는 말에 우진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불편한 기운.. 2024. 12. 29.
[숏스 ep.04] 환상의 팀워크 월요일 아침, 나는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동장군 바람 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오늘 날씨 진짜 미쳤네…” 이불을 걷어내자마자 느껴지는 한기가 너무 싫었다. 주말 내내 월요일 강추위를 예고해 준 기상 예보를 보며 나는 “그래, 월요일도 재택 각이다.” 를 다짐했던터라 아침 시간인 지금부터가 중요하다.책상 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출근 핑계를 고르는 것. 그는 “출근 핑계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엔 다양한 상황별 변명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1. 가족 🧑‍🧑‍🧒💞 > 아픔: 2024.11.04 사용 > 병원: 2024.12.07 사용 > 경조사: 2024.10.15 사용 2. 질병 🏥🦠 > 소화기계: 2024.11.2..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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